삶의충전방

이사하면서 집정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라직맘 2021. 1. 1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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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리 안 되는 집. 우리 집!

언제부터인가 집이 저녁 먹고 자고 일어나서 출근하는 정거장이 되어가고 물건들은 자기 자리 없이 흩어지고 모이기를 반복하면서 난장판이 되어 갑니다. 고양이 두 마리 사람 세명밖에 안 사는 집인데도 불구하고 물건은 고양이 물건에 사람 물건이 합쳐져서 그 숫자가 어마무시하다 못해 다른 물건을 찾지 못할 정도가 돼서야 겨우 쓰레기봉투를 들고 청소를 하게 됩니다. 항상 대충 눈에 보이는 곳만 치우고 이건 나중에 하자 하고 놔두는 탓에 제대로 정리될 일은 없고 참다못해 한 번씩 쓸어내기를 수차례. 깨끗해졌다가도 다시 지저분해지는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치우기 전 치우고 난 후 사진 반복되는 일상이었습니다.

물건의 숫자가 줄어들지 않고 한쪽에 몰아넣어놨다가 다시 찾아 쓰고는 그대로 놔두는 집 전체의 성격 탓일까요. 청소하면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잡았다가 놓는 이 애착심이 강하기 때문에 내가 힘들게 벌어서 사 온 물건이고 적어도 1년에 한번은 쓰니깐? 하고 착각하는 경우에는 버림을 받지 못하고 먼지가 쌓이도록 가지고 다니게 됩니다. 고양이들 까지도 자기가 쓰던 물건을 버리면 난리쇼를 하니 담요 하나 스크레쳐 하나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여기저기 쌓아두고 맘껏 쓰게 했습니다. 게다가 청소의 시기가 있다고 생각해서 날 잡아서 해야지! 했지만 직장맘이라서 저녁에 피곤해서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워서 이런저런 핑계로 정말 다닐 길만 만들고 바쁘다고 음식도 대충 사 먹고 간단하게 익혀먹는 음식을 먹다 보니 집안에 1회 용품과 물건들이 더 더더!! 늘어났습니다.

2. 책에서 정리를 찾아봤습니다.

나름 이것을 해결해 보겠다고 정말 책도 많이 읽었습니다. 정리나 미니멀 라이프 계열의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고 또 읽고 책 속의 그 집을 보고 눈을 들어 내 집을 보면 어휴~그저 한숨만 나옵니다. 전문가의 손을 빌려서 이 정신없는 집을 깔끔히 밀어버리면 될까? 했지만 나름 밀어버리고 다시 복귀되는데 일주일도 안 걸리는 현실을 봤을 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마치 다이어트하는 방법은 다 알지만 실제로 살은 안 빠지는 원리랑 같다고 봐야 할까요.

혼자만 치워봐야 또 물건들은 알아서 기어 나오고 아이가 있다 보니 하루만 지나도 깨끗했던 테이블이 복잡해지는 집이었습니다.

자주 오시는 어머니는 이 모습이 수년째 유지되고 익숙해서 인지 바닥에 모래만 안 보여도 "아이고 청소했구나"하고 이야기하실 정도입니다. 부엌 상판이나 테이블 위를 한 번씩 청소하고 나면 "그래 이거 얼마나 오래 갈라나"하고 약 올리시기도 하죠. 말이 현실이 되는 건 정말 쉽습니다. 분명 물건들을 자리 잡아서 놔두고 정리해두면 하나둘씩 나와서 원래 자리인 양 널브러지는 것이 신기할 정도죠. 또한 가족들도 손에 잡히는 물건, 눈에 보이는 물건에 익숙하다 보니 어질러져 있어도 누구 하나 채울 생각을 안 하게 되는 또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됩니다. 이렇게 정리가 안된 집으로 퇴근을 하게 되면 또 다른 나의 일터인 집이 쉼의 자리가 아니라 일하는 자리라는 걸 보게 되고 더 무거운 짐이 어깨를 눌러서 더 피곤해지기도 합니다. 정리 안된 집은 직장맘에게는 정말 최악의 직장이 되는 거죠. 책을 읽고 머릿속에 정리는 되는데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내 문제가 더 컸습니다. 

3. 이사날짜 잡고!! 작은 집 사이즈에 각이 나오다.

결국은 그날까지 왔었죠. 이사 갈 동내 집을 찾아보니 원하는 집은 비싸고 가격에 맞추니 20평 이하의 투룸 정도가 딱 맞았습니다. 집이 크면 관리도 청소도 어려우니 이참에 작은 집으로 가자! 하고 계약을 하고 나니 난리가 났습니다.

가져갈 짐의 2/3을 정리하지 않으면 전혀 살 수 없는 상황이 된 거죠. 손에 물건을 들고 고민하는 시간만 더 늘어나고 그렇다고 가지고 갈 수도 없으니 누군가에게 주겠노라고 또 한 구석에 쌓게 되는 게 물건이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부터 하나씩 처리하면서 아쉬움 반 시원한 마음 반에 조금씩 하긴 했지만 워낙 저녁시간에 한정적으로 혼자 하다 보니 정말 표도 나지 않았습니다. 매주마다 어머니께서 오셔서는 "이사한다고 하더니 아직도 이러고 있냐?" 하실 정도였죠. 

이사 갈 집 건물의 실측을 끝내고 난 후에 가져갈 가구 배치와 물건을 맞춰보고는 또 멘붕에 빠졌습니다. 이건 그냥 정리할 단계가 아니라 거의 다 버리고 몸만 가야 하는 게 아닌가!! 아니 그 집에 이사 가도 여전히 복잡하고 정리 안 되는 상태로 살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 다음편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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